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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시백
    Character 2022. 6. 10. 02:28

     

     

    서시백

    徐是白

     

    26

    (1996. 11. 17)

    187 / 72

     

    국립재앙관리센터 재앙대응국 소속

    현장대응과 C팀 C급 센티넬

     

     


     

     

     

    "나 연애할 거야."

     

    ㅤㅤ라는 말에, 최병주는 박장대소를 했다. 포차 내의 사람들이 불쾌한 눈으로 돌아볼 만큼 경박하고 시끄러운 웃음이었다. 퉁퉁한 낯짝의 최병주는 (애석하게도) 내 동갑내기 불알친구로, 군 제대 후 복학과 동시에 뭣도 모르는 신입생 여자애를 꾀어다가 2년째 연애 중인 도둑놈이다. 어울리지도 않는 포마드를 쓸어 넘긴 최병주는 소주잔을 내밀었다. 쌉소리 말고 술이나 달라는 제스처였다. 잔에다 참이슬 후레시를 부어주려는데, 때마침 뒤에서 지나가던 누군가 등을 툭 치는 바람에 잔이 철철 넘쳐흘렀다. 손이 흠뻑 젖은 최병주는 익숙한 진저리를 치며 풀잔을 원샷 때렸다.

     

    ㅤㅤ"사과도 없이 씨발. 근데 니도 연애를 하는데 내가 뭐, 왜, 뭐."

    ㅤㅤ"병신아, 여자들은 너 같은 스타일 안 좋아해. 나처럼, 어? 남성미가 얼굴에서ㅡ"

    ㅤㅤ"너네 집에 거울 없지? 야, 내가 하나 사줄게."

     

    ㅤㅤ최병주가 욱하며 주먹을 들자, 나는 소주잔을 들어 보였다. "이거 72그램이라더라. 딱 안구 하나 무게거든?" "해보던가, 괴물 새끼야." 말은 그렇게 해도 최병주는 주먹을 슬그머니 내렸다. 분을 삭이는 표정이 익숙했다. 세 시간 전 길을 걷다가 어떤 단발머리가 내 번호를 물어봤을 때에도 딱 저 표정이었다. 아마 작년에 같이 갔던 클럽에서 지가 까였던 포니테일이 내게 들이댔을 때에도 저런 표정이었을 거다. 최병주가 저 표정을 짓는 일은 수없이 많았지만, 그 시작은 10년 전 최병주가 좋아하던 긴 생머리가 내 자리에 초콜릿과 쪽지를 둔 날이었다. 피팅 모델 경력만 2년, 신장 187에 72kg의 미끈한 바디, 어딜 가나 빛나는 스물여섯 꽃띠 서시백.

     

    ㅤㅤ"모쏠 새끼가 말이 많아."

     

    ㅤㅤ……은 아직도 연애를 못 해봤다. 실재 여부는 몰라도 신은 공평하다. 신은 낯짝부터 심성까지 고루고루 빻은 돼지새끼 최병주에게는 꼬박꼬박 여친을 주셨고, 나한테는 안 주셨다. 혹은 기막힌 불운을 주셨다. 10년 전 초콜릿을 줬던 긴 생머리는 얼마 뒤 학폭에 휘말려 전학을 갔고, 작년에 클럽에서 대쉬하던 포니테일은 센티넬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자리를 떴다. 심지어 세 시간 전 내 번호를 물어본 단발은 기가 막히게도 그 자리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차주 운전자와 경찰 부르라며 악다구니를 쓰는 단발을 뒤로하고, 나는 낄낄대는 최병주와 조용히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

     

    ㅤㅤ"전에 사주 볼 때, 그 뭐랬더라. 살치살?"

    ㅤㅤ"살치살은 소고기고 등신아. 겁살¹."

    ㅤㅤ"굿 같은 걸로 못 떼나?"

    ㅤㅤ"살풀이굿이 최소 오백이랜다. 그럴 돈 있으면 내가 씨발 전세 살지."

     

    ㅤㅤ3년 전, 꽃갓을 쓴 반백의 점쟁이는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혀를 찼다. 겁살이니 뭐니 하는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이놈 도화눈이 아깝다며 뜬금없는 호통을 치던 점쟁이는 손때 묻은 명리학 서적을 뒤적이더니, "없어. 니 팔자에 여자는 눈을 씻고 봐도 없어." 단호하게 일축했다. 이후로 겁살이 화花신에 붙었다느니, 평생을 끌려다닌다 어쩐다 하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그 첫마디의 충격이 너무 컸다. 그래도 15년 지기랍시고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아주는 최병주를 끌끌대며 보던 점쟁이는 알 수 없는 말을 덧붙였다.

     

    ㅤㅤ"서시백이, 너는 팔자 탓을 하면 안 돼."

    ㅤㅤ"……왜요?"

    ㅤㅤ"토끼 같은 낯짝을 하고선 순 여우 같은 놈이 왔어. 구정물 마시는 놈이랑 누가 겸상을 해줘?"

     

    ㅤㅤ당시에는 도통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국립재앙센터 앞에는 이따금 시위대가 섰다. '괴물과 공존할 수 없다.' 재앙이 아닌, 센터 소속의 센티넬과 가이드를 겨냥한 슬로건이었다. "부러워서 저러지." 원래 경멸은 열등에서 우월로 향하는 거라고, "자기들은 이런 거 못 하니까. 맞죠?" 한마디 했다가 또라이 차 팀장한테 조인트를 까였다. 앓는 소릴 내며 정강이를 감싸 쥐는 와중에도 "왜요, 사실 팀장님도 부럽잖아요." 눈치 없는 소릴 더했다가 몇 대 더 맞았다. 차 팀장은 나더러 또라이라는데, 길 가는 센터 사람들 다 붙잡고 물어봐라. 둘 중에 정말 또라이가 누군지.

     

    ㅤㅤ실은 다 봤다. 그 잘난 A급 가이드 차 팀장은 부팀장의 칼날에서 피어오르는 용오름을 보며 익숙한 표정을 했다. 내 앞의 단발머리, 포니테일, 긴 생머리를 본 최병주의 표정과 결이 비슷했다. 알면서 찌른 거다. 딱히 특출난 눈치가 없어도 사람 눈이란 원체 타인의 약점을 본능적으로 찾아낸다. 대개 사람들은 예의를 구실 삼아 외면하거나, 애정의 이름으로 포용하겠지만, 그러기에 내게는 오늘들의 맛이 지나치게 싱거웠다. 솜사탕도 레고 블럭도 더는 없기 때문이다. 로랭 가리는 미친 사람들만이 생의 맛을 알 수 있다고 했다.² 나는 미치지 않은 게 분명했다.

     

    니 팔자 니가 꼬지 말어. 좋은 생각을 하고, 착한 사람이랑 살면 돼.

    저 착한 사람 별로 안 좋아하는데요.

     

    ㅤㅤ착한 사람의 조건이 뭔지는 몰라도 나와 최병주는 분명 자격 미달이었다. 포차는 여전히 북적였다. 빈 잔을 채우려다 이번에는 병째로 엎질렀다. 최병주의 핀잔을 귓등으로 들으며 티슈로 손을 닦아내는데, 하다 하다 젓가락이 떨어졌다. 맥이 쭉 풀렸다. 테이블 가장자리로 참이슬 후레시 공병 네 개; 각 290g이니 1,160g과 반병쯤 남은 소주병; 약 320g 따위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정밀도야 좀 떨어지겠지만, 어지간한 사람 두개골이나 심장과 치환 가능한 질량들이었다. "야, 병주야." 그것은 최병주가 당장 내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려치지 않을 이유기도 했다.

     

    ㅤㅤ"나," 니 여친이랑 잤어. 작년에 세 번.

     

    ㅤㅤ"어쨌든 연애할 거야. 겁살이 끼었든 살치살이 끼었든 간에."

    ㅤㅤ"팔자에 여자도 없다는 새끼가."

    ㅤㅤ"……아, 연애 할 거라고."

    ㅤㅤ"뭐 남자랑 만나던가. 나는 후보에서 빼줘라."

    ㅤㅤ"씹새가 뒤지려고."

     

    ㅤㅤ최병주는 낄낄대며 웃었다. 어차피 말해봤자 별 재미도 없을 게 뻔했다. 최병주는 네 살이나 어린 여친을 만나면서도 클럽과 헌팅 포차에 다니는 쓰레기다. 유유상종은 아니 땐 굴뚝이 아니다. 내 궤도는 정상인의 레일에서 손가락 한 마디쯤 틀어졌다. 그러나 누구들 말마따나 괴물이라기에, 내 불운과 비틀림과 능력은 부작용만큼 어중간했다. 삶의 미맹으로 육 년을 살다보니 과녁도 없는데 방아쇠에 손가락은 쭉 걸려 있었다. 어떤 맛이라도 좋으니 단지 자극이 필요했다. 그게 연애라는 조미료라면 더 할 나위 없고, 좋은 사람 같은 건 바라지도 않고……. 어디선가 그 점쟁이가 혀 차던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같았다.

     

     

     

     

    ¹겁살 : 뺏기고 빼앗기는 사주 신살

    의지와 무관하게 외부의 강력한 힘에 휘둘리는 흉살凶煞

    ²에밀 아자르 - 자기 안의 생

     

     

     

     

    질량 치환

    1Kg 전후의 질량을 가진 대상을 위치에 상관없이 비슷한 질량의 대체품과 바꿀 수 있다.

    * 밀도 높은 객체(Ex. 인체) 대상 시전시 정밀도 급락

    * 대인 살상 특화

     

    부작용 : 코피 · 미각 상실 · 불면 · 오한

     

    불규칙한 생활패턴

    자주 거르는 끼니

    어수선한 자취방

    인천의 본가

     

    눈가의 도화점

    험한 말버릇

    사소하고 잦은 불운

     

    레종 프렌치 블랙(3mm)

    CK Be

    우드윅 양키캔들

     

    뭉툭한 방어기제

    6년 전 사라진 이부 동생 양시홍

     

    클레이 사격 더블 트랩 국대 선출(~2017)

    '19. 10월 입대

    의무 복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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