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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희목Character 2022. 7. 22. 20:10
moralless 함희목 咸晞目 29 187 / 68 담화제약 신약개발1팀 수석연구원 담화제약은 결국 신약 의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은 일종의 증추신경흥분제로, 뇌의 각성을 돕는 콜린알포세레이트 기반의 약물이다. ADHD와 기면증, 알츠하이머 등의 뇌질환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던 해당 약품은 신약 시장에서 획기적인 이목을 끌었고, JH증권의 자금을 투자받아 빠르게 완성 단계에 이른 시약이었다. 3상 결과만을 앞두고 있던 의 개발이 갑작스레 중단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결국 은 생산 라인에 들어서지 못하게 됐고, JH증권은 헛물만 켜게 된 판국이었다. 도덕 역시 욕망을 표현하는 상징언어에 지나지 않는다. | 프리드리히 니체 세상에 사랑은 다 뒤졌다는 게 함희목의 정론이다. 몸에 민들레 홀씨가 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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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석태Character 2022. 7. 10. 13:34
잠깐, 넌 내 마음을 조각내고 있어. 연석태 延惜太 26 186 / 80 21학번 2학년 문화인류학과 * ㅤㅤ쪽가위와 인형솜 내 머릿속은 끈적한 사탕 냄새가 나는 거미줄 같아 색색의 시리얼과 마시멜로 뭘 좀 잃어버렸거든 기도하는 법이었던가 기억하는 법이었던가 * ㅤㅤ연재대학교 전자공학과 신입생이자 연재대 정문 앞 5분 거리 G□25 편의점의 새로운 야간 알바생인 J는 자타공인 내향인이었다. 학창시절 친구들끼리야 씨팔저팔거려도 동기들 앞에서는 수줍게 웃기나 했는데, 내숭을 떨고자 함은 아니고 단지 낯을 풀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유형의 인간상이었다. 강의를 함께 듣고 끝나면 다같이 밥을 먹으러 가는 동기 무리 따위에는 속해 있어도, 아직까지 제대로 정 붙일 대학 친구랄 게 없을 정도였다. 그런 J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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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치산Character 2022. 6. 11. 00:20
문치산 文致算 34 185 / 70 지구 출신자 ㅤㅤ닥터 문, 지구에서 편지가 왔어요. ㅤㅤ지구로 장기 휴가를 다녀온 작전병 쟈오는 막성스의 편지를 건넸다. "손으로 쓴 편지라니, 지구적인 감성이 있네요." 4세대 우주 출신자 쟈오는 지구에 다녀온 후유증으로 관절의 통증을 앓고 있었다. 혈관에 주사한 나노봇이 쟈오를 진단하는 동안, 나는 편지를 살펴보았다. '막성스로부터, 친애하는 바보 닥터 문에게.' 그 자리에서 열어볼 생각은 없었는데, 겉봉의 글씨를 읽자마자 나는 결국 봉투칼을 들고야 말았다. 베드에 누운 쟈오가 웃었다. ㅤㅤ"한참 웃었어요. 친애하는 바보Mon cher bête라니." ㅤㅤ"아마 애칭일겁니다." ㅤㅤ"닥터 은 또 한글로 쓰셨던데요." ㅤㅤ"미술과 문학 뿐 아니라 언어에도 재능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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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재희Character 2022. 6. 11. 00:19
도재희 Jane Doe 33 188 / 101 자영업 Love you Jane Doe. ㅤㅤ누디 립스틱을 칠한 내 얼굴은 참 우스꽝스러워. 담배와 향수 쩐내 가득한 펜실베이니아의 클럽 에서 나는 처음 가발을 썼지. 내가 맨 처음 썼던 가발은 금발이었는데, 빌어먹을 아일랜드계 게이 하나가 비웃지 않겠어? 눈썹은 검은데 금발 가발을 쓰니 꼭 일본 창녀 같다고. 억울해. 걔 가발은 무려 핑크색이었단 말이야! 수염 자국이 거뭇한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다신 차밍 치즈에 가지 않았다면, 물론, 내 인생에는 다행이었겠지. 하지만 난 그날 밤 그 년이랑 잤어. 썩은 치즈같은 금발 가발 쓰고서 말이지. ㅤㅤ그건 아주 비극이었어. 왜냐하면 그전까지 내 이름은 제인 도가 아니었거든. 거지 같은 존 도였지. 혹은 종희 도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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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창희Character 2022. 6. 11. 00:19
권창희 權暢喜 30 (1992. 12. 01) 181 / 70 중앙소방학교 소방간부후보생 B급 센티넬 ㅤㅤ아날로그 벽시계의 초침이 째깍거렸다. LP판의 홈이 긁히자 파가니니는 피치카토를 뜯었다. 권창희는 점의 고독과 불연속성이 좋았다. 점은 모여봤자 의태다. 달력처럼 뚝뚝 끊기면서 꼭 혼자인 표를 낸다. 점은 비겁하고 겁이 많다. 권창희는 점의 속성을 둘렀다. ㅤㅤ동네 상가에서 바이올린 학원을 하던 엄마는 창희에게 잠자리채를 쥐여주었다. 꼭 나비를 잡아. 여섯 살 권창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에 관해 물으면 엄마는 나비의 동화를 읊었다. 푹 젖은 깃털 같았다. 단물이 뚝뚝 떨어졌다. 엄마는 가끔 레슨생들을 모아놓고 독주회를 열었다. 허영을 입은 엄마한테서 날개 소리가 났다. 엄마는 초여름 노을 색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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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인Character 2022. 6. 10. 02:45
구영인 𪚵朠湮 35 186/70 푸른바다거북 조향사 ㅤㅤ"흰 색 좋아하세요?" ㅤㅤ흰 색이요? 아니요.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아요. 몸통도 하얀 색이고 체모도 하얀 색이고 25년간 살았던 실험실의 수조 바닥 타일도 하얀 색이었지만 딱히 좋다 싫다를 가름지을 만큼은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러고보니 6년 11개월 13일 전에 집 앞 사거리 신호등 아래서 한 여자가 흰 색은 순수성의 상징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가 누구냐고요? 나도 모르죠. 단지 그가 단발머리를 파란색 고무줄로 묶고, 갈색의 캐시미어 재질 코트를 걸쳤고, 아몬드형 눈에 주근깨가 많이 박힌 얼굴이라는 이 떠오를 뿐이에요. 아마 야외 활동이 잦은 직업일 거예요. 손목에 시계 모양으로 탄 자국이 있었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