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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숙
    Character 2022. 6. 10. 02:25

     

     

    차 숙

    車 淑

     

    30

    (1992. 03. 12)

    185 / 75

     

    국립재앙관리센터 재앙대응국 소속 A급 가이드

    현장대응과 C팀 팀장

     

     

     


     

     

     

    "트로이아에 가면 큰 명예와 이름을 얻고 단명할 것이며,

    가지 않으면 장수하지만 명예도 이름도 얻지 못하리라."¹

     

    ㅤㅤ영웅에는 짚신벌레 손톱만큼 관심 없다. 명예와 장수 중 전자를 택할 머저리가 세상에 한둘쯤 있겠냐마는 나는 그런 등신이 아니다. 호메로스한테 뺨 맞을 주관 한 마디만 첨언하건대 아킬레우스는 주체적 인간상과 자유의지의 대표성이 아니라 철부지 애새끼다. 걔네 엄마가 그러라고 이혼을 불사하고 스틱스 강에 목욕시켜준 거 아니다. 그러니 내 현위치는 영웅심리와 하등의 연관도 없다.

     

    ㅤㅤ엄마 뱃속에서 미적거리다가 15분이나 늦게 나온 피붙이가 병무청에 신검받으러 갔다가 센티넬 판정을 받았을 때, 숙은 배를 잡고 웃었다. 2012년의 스무 살, Y대 입학 고지서를 받은 차숙은 연일 뉴스에서 터지는 재앙 속보야 좆까고 금감원 5급 공채와 나라의 녹(되도록이면 높은)을 받아쳐먹을 욕심만 그득한 예비 행시생이었다. 친애하는 어머님 평으로는 난놈은 맞고 된놈은 아니라고 했다. 재앙대응국으로 끌려가는 일란성 쌍생에게 묵념을. 불쌍한 우리 옥이, 어디 좆빠지게 굴러봐라. 4년 뒤 졸업을 마치고 입대할 때만도, 육군 훈련소에서 너 잠깐 있어보라며 붙잡혀있을 때까지도 그런 생각이었다.

     

    야, 센티넬은 가이드 없으면 죽는다더라.

    닥쳐.

    니 잘난 맛에 살다 가이드라니까 지금 꼬운 거 아냐.

    딩동댕 씨발롬아.

     

    ㅤㅤ의무 복무가 끝난 후에도 군에 남은 것은 효용 오류였다. 아킬레우스는 명예라도 얻고 대서사시에 이름이라도 남겼지 숙이 얻은 것은 센티넬 피톤치드 따위였다. 군대나 의무 복무나 2년 묵기로는 별 다를 바가 없었고 심장은 결단코 차가웠다. 문제라면 모닝커피 온도까지 대강 넘어가는 법이 없이 인색한 성질머리였다. 삼신할미께서 숙을 점지하실 적에 오만을 목구멍 깊숙이 넣고 객기를 가슴팍에다 심어주신 모양이었다. 저 새끼 가이드 맞냐는 소리를 뒤로하고 가장 선두에서 총기며 파장을 난사하는 꼴이 미친 관현악이었다.²정신 차려보니 트로이아 한가운데였다. 헬레나도 헥토르도 하다못해 파트로클로스도 없었다. 금감원은? 행정고시는? 내 졸업장의 교환 가치는? 처음 가이드 발현 판정을 전해주던 훈련소 교관의 얼굴이 불쑥 떠올랐다. 반갑습니다, 실례지만 혹시 제 테티스 되십니까? 다시, 군에 남은 것은 명백한 효용 오류였다.

     

    ㅤㅤ무릇 과잉이란 그렇다. 지나치게 긴 문장이 되어버리고 나서야 숙은 넘실대는 지각 틈에서 허우적거렸다. 생애 최초의 파도가 대뇌피질에 정중히 노크했다. 안녕, 언어중추. 후회의 이름을 아십니까? 개념은 갓 불을 붙인 담뱃개비고 이해는 매운 연기에 멀뚱히 눈만 끔벅였다. 노인이기에는 총체적으로 파랑이고 어리기에는 이미 연주가 한창인 고민은 딱 서른에 걸맞았다. 죽은 봄을 후회하며 숙은 숙에게로 불려갔다. 운명이니 태생이니 하는 시니피앙을 생소한 거부감으로 곱씹으며 말보루 골드를 연거푸 태우는 새벽이었다. 오만과 객기? 아니. 완벽에 도취해 전장까지 휩쓸린 꼴? 결코. 모래알을 씹지 않기 위해서는 나의 프티아, 발뒤꿈치, 예언, 헬레나, 찾을 것이 많다, 너무. 여전히 영웅에는 관심 없었으나 여기는 트로이아, 전쟁과 서른과 관현악의 한복판이었다.

     

     

     

    ¹<일리아스>

    ²<청춘예찬> - 민태원


     

     

     

     

    의무 복무 2년 포함 근속 5년 시에라 찰리 차팀장입니다.

    난놈이라 진급 좀 빨랐습니다. 

    나도 이딴 것까지 잘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Y대 경제학과 스트레이트로 차석 졸업했습니다.

    말뚝박을 줄 알았으면 그렇게 안 살았습니다.

     

    애석하게도 우리 부팀장 면상이 내 거랑 똑같이 생겼는데 헷갈리면 죽습니다.

    표준시 기준 1초라도 늦어도 죽습니다.

    경례각 안 맞추면 얼차려 태도 불량은 조인트 날아갑니다.

    적폐, 싸이코, 왕재수, 뭐 자주 듣는 소린데 당사자 앞에서는 자제합시다.

     

    '16. 3월 입대

    어쩐지 갑자도 병신년이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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