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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양경
    Character 2022. 6. 10. 02:12

     

     

     

    오양경

    吳敭勍

     

    18

    (2004. 03. 20)

    178 / 66

     

    청운남고 2학년 1반

    미술부 - 회화 입시

     

     

     


     

     

     

    자전거를 두고 와서 집까지 걸어갔다. 교통카드 잔액이 450원 남았기 때문이다. 걸어서 30분이 넘는 거리는 우리 집 가난만큼 애매했다. 못 먹고 자란 건 아닌데 항상 돈은 없었다. 없는 살림에도 형은 성악을 하겠다고 강남으로 고액의 레슨을 받으러 다녔다. 나까지 미술 학원 다닐 형편이 아닌 걸 알았다. 그래도 별 상관없었다. 침대 밑에 꽁꽁 숨겨둔 드로잉북 몇 권을 발견한 엄마는 내게 미술 학원에 다니고 싶냐고 물었다. 괜찮아요. 어차피 다 입시 학원이잖아요. 애초에 대학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나는 커서 손 달린 돌이 되고 싶다. 손은 있어야 그림을 그리니까. 생각은 번거롭고 사람은 더 귀찮다. 1학년 때 옆자리 앉았던 놈은 날 오타쿠라고 불렀다. 애니도 만화도 안 보는데. 너는 왜 맨날 그림만 그리냐고 머리를 자꾸 쳤다. 걔는 나보다 몸무게도 훨씬 많이 나가고 손이 솥뚜껑만 했다. 하루는 그림 그리는 중에 머리를 세게 쳤다. 정성 들여 곱게 깔아놓은 톤 위로 4B 연필선이 굵게 북 나갔다. 머리가 뜨거워져서 눈이 잠깐 꺼졌다. 정신을 차려보니까 교무실이었다. 걔는 코뼈가 내려앉아서 병원에 갔다고 했다. 걔한테 내려앉을 코가 있었냐고 물어보니까 담임 선생님은 부모님을 불러오라고 했다. 

     

    걔네 엄마한테 허리를 숙이면서 사과하는 엄마를 보면서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사과하라길래 죄송하다고 했다. 시켜서 하는 말은 별로 안 어렵다. 임대 아파트 사는 애들이 다 그렇다는 말도 아빠가 없어서 그렇다는 말도 뭐 그런대로 참을 만했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말은 좀 참기 힘들었다. 같이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내 손을 잡고 미술학원에 보내주겠다고 했다. 엄마 소원이라고 했다. 엄마 소원이면 갈게요. 그렇게 말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씨발.

     

     

     


     

     

     

    양갱 아니고 양경

    결손가정 아니고 한부모 가정

     

    등하교시 타고 다니는 낡은 자전거

    임대아파트

    K대 실기대회 금상 입상 전적

     

    엄마 장래희망 : 네가 하고싶은 거 다 하면서 사람답게 살아.

    오양경 장래희망 : 저는 커서 돌맹이가 될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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