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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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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 0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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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명시 희귀종 멜라노이드 아홀로틀
ㅤㅤ초면에 나이를 해명하는 일도 지겹다. 우리는 올챙이 모습으로 평생을 산다. 썩 어린 얼굴도 아닌데 유형성숙의 종족 특성을 구구절절이 늘어놓고 있노라면 입맛이 썼다. 종당에는 설명을 포기하고 어린 축과 허물없이 어울렸다. 요란한 꼬락서니라던가 덜 여문 성품이 되려 그 짝과 맞았다. 어린 게 좋지, 연장자 취급이야 별 좋을 것도 없다. 사십 줄이 넘어서도 그런 생각이었다. 비죽이는 소리로 핀잔이나 먹이는 말버릇이라던가 시시때때로 버럭하는 것이 또 마냥 호인은 아니고, 아무래도 속이 없는 게 맞다. 흔한 개체 주제에 희귀종 행세를 한답시고 사방에서 눈을 흘겨도 큰 소리로 한 번 웃고 엉뚱한 소리나 내놨다. 쓰잘데기없이 잔정이 많아 언성 높이기가 싫은 탓도 있었다. 다 내가 끌어안고 가야지, 차라리 그게 편했다. 덜 자란 채 어른이 된 도마뱀은 아픈 것을 잘 몰랐다. 스무살 적에 잘린 발목은 일 년도 채 안되어 도로 자라났다. 서른 넷에 잃었던 왼팔도 새로 돋은지 벌써 몇 해가 지났다. 다쳐도 돼. 분명 괜찮아질테니까. 이따금 잃은 것들을 떠올리면 가슴이 시큰하고 아가미가 따끔거리기야 했지만, 단명의 호수에 몸이나 한 번 푹 담궜다 빼면 더 아플 것도 없었다.
깜빡이지 않는 눈
거친 음색의 목소리
단명시 거주 10년차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재생력
목줄기의 아가미
마흔을 넘긴 나이로는 보이지 않는 얼굴
버리지 못한 유년기의 동족포식 습성
본명 장문혁